전생 이야기
그대는 보통 호랑이가 아니었소. 그대는 백호 — 백두산의 신령한 흰 호랑이였소. 그대는 사방신의 서방을 다스리는 영물로, 천지가 열릴 때부터 백두산에 있었소. 그대의 털은 눈처럼 희었고, 그대의 눈은 푸른 보석 같았소. 그대를 본 자는 평생 그 모습을 잊지 못했소. 천 년 전, 그대는 처음으로 사람 앞에 나타났소. 한 단군의 후손이 백두산에 올랐을 때, 그대는 그자 앞에 모습을 보였소. 그자는 두려워했으나, 그대는 그자를 해치지 않았소. 다만 그자의 길을 인도했소. 그자는 길을 잃은 자였고, 그대가 그자를 안전한 곳까지 데려다 주었소. 그날 이후 백두산에는 산신령이 있다는 이야기가 퍼졌소. 사람들은 그대를 산신령이라 불렀소. 그러나 그대는 산신령이 아니었소. 그대는 백호였소. 신령한 짐승이지만, 신은 아니었소. 그러나 사람들은 그대를 신처럼 모셨소. 오백 년 전, 고구려 시대였소. 한 큰 장수가 백두산에 올랐소. 그자는 광개토대왕이었소. 그자가 그대를 만났소. 그대는 그자에게 말하지 않았소. 다만 한참 동안 그자를 보았소. 그자는 그대의 눈에서 자기 운명을 보았다 했소. 큰 영토를 차지할 운명이었소. 신라 시대, 한 도사가 그대를 찾아왔소. 그자는 백 년을 도를 닦아 신선의 경지에 이른 자였소. 그자는 그대 앞에 무릎을 꿇었소. "백호여, 그대의 정기를 한 번만 받게 해 주소서." 그대는 그자의 청을 들어주었소. 그자는 그대 앞에서 명상을 했고, 그대의 정기를 받았소. 그자는 후일 더 큰 도를 깨달았소. 고려 시대, 큰 침략이 있었소. 거란족이 고려를 침략한 것이오. 그대는 백두산에서 그것을 보았소. 그대는 자신의 영역을 떠났소. 백두산에서 한반도 남쪽까지. 그대가 지나가는 길에 적의 진지가 무너졌소. 그것은 그대의 정기였소. 백호의 정기는 적을 무력하게 했소. 조선이 일어났을 때, 그대는 새 임금에게 자신을 보였소. 태조 이성계였소. 그자는 백두산을 자신의 시조의 산이라 했소. 그대는 그자에게 신뢰의 표시를 했소. 그것은 한 마리 새끼 호랑이를 그자에게 보낸 것이었소. 그 새끼 호랑이는 후일 조선 왕실의 수호 신수가 되었소. 세종 시대, 그대는 다시 사람 앞에 나타났소. 한 학자가 백두산에 올라 별을 관측하고 있었소. 그대는 그 학자에게 자신을 보였소. 학자는 두려워하지 않았소. 그자는 그대에게 절을 했소. "신령한 자여, 우리 시대를 축복하소서." 그대는 그자에게 푸른 눈빛을 한 번 보냈소. 그것이 축복이었소. 임진왜란이 일어났을 때, 그대는 분노했소. 자기의 영토가 침범당한 것에 대해서가 아니라, 백성이 고통받는 것에 대해서였소. 그대는 한 의병장의 꿈에 나타났소. "두려워 마라. 백두의 정기가 너와 함께 한다." 그 의병장은 그날 이후 흔들리지 않았소. 오백 년 후, 일제가 한반도를 점령했소. 그대는 그것도 보았소. 그대는 깊은 산속에 숨었소. 그러나 그대의 정기는 끊이지 않았소. 한 독립 운동가의 꿈에 그대가 나타났소. "조선은 다시 일어선다. 백두의 정기는 영원하다." 지금도 그대는 백두산 어딘가에 있소. 사람들이 그대를 보지 못해도, 그대는 그곳에 있소. 그대는 천 년을 살았고, 또 천 년을 살 것이오. 그것이 백호의 운명이었소. 그대는 단순한 호랑이가 아니라 한 민족의 수호 신수였소. 그대의 푸른 눈에는 한 민족의 운명이 담겨 있었소. 그대의 영혼은 지금도 백두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에서, 모든 시대의 한반도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오. 백두의 정기를 받은 자, 그것이 나다 — 그것이 그대의 영원한 자랑이었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