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이야기
그대는 중종 25년, 한 천민 가문에서 태어났소. 그대의 어머니는 관기였고, 아버지가 누구인지 그대는 끝내 알지 못했소. 어머니의 무릎 위에서 그대는 거문고 소리를 들으며 자랐소. 그대의 첫 자장가는 시조였소. 다섯 살에 그대는 거문고를 배웠고, 일곱 살에 시를 외웠소. 어머니는 그대에게 가르쳤소. "기생이 되더라도 글을 알고 시를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양반들과 동등한 자리에서 술을 따를 수 있다." 그대는 그 말의 무게를 어렸을 때부터 알았소. 열셋이 되던 해, 그대는 정식으로 기적(妓籍)에 올랐소. 그대의 미모와 재주는 곧 한양에 알려졌소. 양반들이 그대를 찾았고, 그대는 그들의 술자리에 불려 다녔소. 그러나 그대는 단순히 술을 따르는 여인이 아니었소. 그대의 시는 명문장가들과 견줄 만했고, 그대의 거문고는 듣는 자의 마음을 흔들었소. 열일곱이 되던 해, 그대는 한 명문가의 아들을 만났소. 그자도 그대를 사랑했고, 그대도 그자를 사랑했소. 그러나 그자의 가문이 허락하지 않았소. 그대는 한 번 깊이 울었으나, 그 후로는 다시 울지 않았소. 그날 그대는 깨달았소. 기생의 사랑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다만 그 순간의 것일 뿐이오. 스물에 그대는 황진이 같은 자유를 꿈꾸었소. 누구의 첩도 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매이지 않았소. 양반이든 임금의 신하든, 그대 앞에서는 모두 한 사람의 남자였소. 그대는 시로, 노래로, 춤으로 그들과 대등하게 어울렸소. 그것이 그대의 무기이자 자유였소. 스물다섯이 되던 해, 그대는 큰 시회(詩會)에 참여했소. 한양의 명문장가들이 모인 자리였소. 그날 그대는 한 시를 읊었소. "내 마음은 누구의 것도 아니다. 다만 바람과 같이, 흐르는 강물과 같이." 그 자리에 있던 한 대학자가 그대의 시를 베껴 갔소. 그 시는 후일 시집에 실렸고, 그대의 이름은 시인의 이름으로도 남게 되었소. 서른이 되던 해, 그대는 한 늙은 양반을 만났소. 그는 부귀도 권력도 없는, 다만 시를 사랑하는 사람이었소. 그대는 그와 시를 주고받으며 깊이 통했소. 그러나 그대는 그의 첩이 되지 않았소. 그대들은 친구로 남았소. 한 달에 한 번 만나, 시를 주고받고, 차를 마시고, 헤어졌소. 그것이 그대의 가장 깊은 관계였소. 서른둘이 되던 해, 그대는 병에 걸렸소. 결핵이었소. 그 시대에는 죽음의 병이었소. 그대는 약을 마시며 버텼소. 그러나 그대는 알았소.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서른셋이 되던 해 봄, 그대는 마지막 시회를 열었소. 그대의 작은 방에 가까운 사람들만 불렀소. 그 늙은 양반도 왔소. 그대는 거문고를 한 번 더 탔고, 시를 한 번 더 읊었소. 그날 밤, 그대는 한 가지 부탁을 했소. "내가 죽거든 양반의 묘 옆에 묻지 말아 다오. 나는 누구의 것도 아니었으니, 죽어서도 누구의 옆에도 가지 않겠다." 그것이 그대의 마지막 부탁이었소. 다음 날 새벽, 그대는 조용히 떠났소. 그대의 마지막 말은 거문고의 한 음(音)이었소. 가장 낮고 가장 깊은 소리였소. 그대의 시는 후일 한 시집에 실렸고, 그대의 이름은 자유로웠던 한 여인의 이름으로 남았소. 그대는 천민으로 태어났으나, 그 누구보다 자유로웠소. 그대의 영혼은 지금도 어디에도 매이지 않고, 바람처럼 흐르는 강물처럼, 어딘가를 지나가고 있을지 모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