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이야기
그대는 한 마리 호랑이로, 백두산 깊은 골짜기에서 태어났소. 어미 호랑이의 등 위에서 처음 본 세상은 안개 자욱한 침엽수림이었고, 그 너머로 뻗은 능선은 끝이 보이지 않았소. 그대의 형제는 둘이었으나, 첫 겨울이 오기 전에 모두 사라졌소. 자연은 그대에게 처음부터 외로움을 가르쳤소. 어린 시절, 어미는 그대에게 산을 읽는 법을 가르쳤소. 바람의 방향, 풀이 누운 자국, 멧돼지의 발굽 자국. 그 모든 것이 산이 그대에게 건네는 말이었소. 그대는 듣고 또 들었소. 들을 줄 아는 자만이 산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어미는 말했소. 세 살 되던 해, 어미가 사냥꾼의 화살에 쓰러졌소. 그대는 그날 처음으로 인간을 보았소. 그 작고 약한 두 발 짐승이 어떻게 그렇게 큰 어미를 쓰러뜨렸는지, 그대는 오래 이해하지 못했소. 그대는 어미의 옆을 떠나지 못했소. 사흘 밤을 그 자리에 머물다가, 마침내 산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소. 그날부터 그대는 홀로 살았소. 산에는 그대보다 큰 곰이 있었고, 그대보다 영리한 늑대 무리가 있었으나, 그대는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았소. 두려움은 어미와 함께 묻었소. 그대의 발자국이 닿는 곳마다 다른 짐승들은 길을 비켰소. 그대는 그것이 두려움인지 존경인지 가리지 않았소. 다만 그것이 그대의 영역이라는 것만 알았소. 다섯 살이 되던 해, 그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짝을 만났소. 옆 산에서 넘어온 암호랑이였소. 두 계절을 함께 보냈고, 새끼 셋을 두었소. 그러나 어느 날 그녀는 사냥을 나가 돌아오지 않았소. 그대는 새끼들을 지켰소. 사냥꾼이 와도, 다른 수컷이 와도, 그대는 새끼들 곁을 떠나지 않았소. 새끼들이 모두 자신의 영역을 찾아 떠난 후에야, 그대는 다시 혼자가 되었소. 산 사람들은 그대를 산신령이라 불렀소. 그대를 본 자는 평생 그 눈빛을 잊지 못했소. 그것은 단순한 짐승의 눈이 아니었소. 산을 모두 보아온 자의, 모든 계절을 견딘 자의 눈이었소. 사람들은 그대에게 술과 떡을 바쳤고, 그대는 그것을 먹지 않았으나 받았소. 그것이 산과 사람 사이의 약속이었소. 열다섯 살의 늦가을, 그대는 처음으로 늙음을 느꼈소. 발걸음이 무거웠고, 어금니 하나가 흔들렸소. 그러나 그대는 산을 떠나지 않았소. 죽을 자리도 산에서 정해야 한다는 것을, 어미가 가르쳤기 때문이오. 그대는 백두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 가까이로 올라갔소. 그곳에는 그대 외에 누구도 오지 않았소. 첫 눈이 내리던 날, 그대는 누워 하늘을 보았소. 별들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웠소. 그대는 어미를 떠올렸고, 짝을 떠올렸고, 새끼들을 떠올렸소. 그리고 한 번 크게 숨을 쉬고 눈을 감았소. 봄이 와서 사냥꾼이 그대를 발견했을 때, 그대의 모습은 마치 잠든 것 같았소. 사냥꾼은 활을 내려놓고 절을 했소. 그날 이후 백두산에는 새로운 산신령이 나타났다는 이야기가 떠돌았소. 그대는 외로웠으나 외롭지 않았소. 그대는 산이었고, 산은 그대였기 때문이오. 그대의 영혼은 지금도 어딘가의 능선 위에서, 안개 속을 천천히 걷고 있을지 모르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