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 이야기
그대는 인조 5년, 한 무가(巫家)의 딸로 태어났소. 그대의 어머니는 동네에서 이름난 무당이었고, 외할머니도, 외할머니의 어머니도 무당이었소. 그대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소. 그러나 그대 자신은 그것을 오랫동안 받아들이지 못했소. 다섯 살에 그대는 처음으로 보았소.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마당에 서 있는 흰 옷의 사람, 부엌 모퉁이에서 흐느끼는 형체, 처마 끝에서 머리를 흔드는 그림자. 그대는 두려웠소. 어머니에게 말했더니, 어머니는 한참 그대를 보다가 말했소. "내 딸도 그 길을 가야 하는구나." 열 살이 되던 해, 그대는 자주 아팠소. 아무 이유 없이 열이 나고, 음식이 들어가지 않았소. 어머니는 그것이 신병(神病)임을 알았소. 그대를 한 큰무당에게 데려갔고, 그곳에서 그대는 내림굿을 받았소. 신이 그대 안에 들어왔소. 그날 이후 그대의 병은 사라졌으나, 그대의 삶도 바뀌었소. 열다섯이 되던 해, 그대는 처음으로 굿을 주재했소. 한 가족의 죽은 어머니를 위한 진오기굿이었소. 그대는 그 어머니의 영혼을 보았소. 살아 있을 때 못 다한 말을 가족에게 전했소. 가족들이 통곡했고, 그대도 함께 울었소. 그날 그대는 깨달았소. 무당은 신과 인간 사이의 다리이지만, 동시에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다리이기도 하다는 것을. 스물에 그대는 자신의 신당을 차렸소. 작은 마을의 외딴 집이었소. 사람들은 두려워하면서도 그대를 찾아왔소. 병든 자, 잃어버린 자식을 찾는 어머니, 사랑이 떠난 자, 운이 막힌 자. 그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신에게 길을 물었소. 스물다섯이 되던 해, 그대는 한 남자를 만났소. 평민 청년이었소. 그도 그대를 사랑했고, 그대도 그를 사랑했소. 그러나 그의 가족은 무당의 딸을 며느리로 받아들이지 않았소. 그대는 한 번 더 깊은 외로움을 알았소. 무당의 길은 자신의 사랑조차 가질 수 없는 길이었소. 서른 즈음, 그대는 한 큰 병을 고쳤소. 양반가의 외동딸이었소. 모든 의원이 포기한 병이었으나, 그대는 신의 도움으로 그 아이를 살렸소. 그 양반은 그대에게 큰 사례를 했고, 그대의 이름은 한양까지 퍼졌소. 그러나 그대는 변하지 않았소. 가난한 자도 부유한 자도 그대 앞에서는 같은 인간이었소. 마흔이 되던 해, 그대는 한 큰 굿을 주재하던 중 처음으로 자신의 죽음을 보았소. 신이 그대에게 보여준 것이오. 그대는 두려워하지 않았소. 다만 차분히 받아들였소. 무당으로 살아온 그대에게 죽음은 두려운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소. 쉰이 되던 해, 그대는 여러 날 음식을 끊고 마지막 굿을 준비했소. 그 굿은 자신을 위한 것이었소. 마을 사람들이 모여, 그대는 마지막으로 신을 맞이했소. 굿이 끝나고, 그대는 신당의 한가운데에 누웠소. 그리고 조용히 떠났소. 마지막 말은 "신령이 그대 곁에 있소이다"였소. 그것은 그대를 보러 온 한 가난한 어머니에게 한 말이었소. 그대의 신당은 후일 작은 사당이 되었고, 마을 사람들은 그대를 신으로 모셨소. 그대가 도와준 사람들의 자손이 지금도 그 사당을 지키고 있소. 그대는 두 세계 사이를 산 자였소. 외로웠으나, 신의 사랑을 받았고 사람의 감사를 받았소. 그대의 영혼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곁에 조용히 서 있을지 모르오.




